더불어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반대파 찍어내기’ 공천에 반발하며 독자적인 세력 구축에 나섰다. 연휴 동안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동시다발적으로 접촉하며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심리적 분당을 넘어 물리적 분당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공동대표는 전날 서울 모처에서 친문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공동대표는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공천 배제) 이후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임 전 실장에게 새로운미래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실장은 전날 SNS에 “민주당이 심야 최고위원회를 열었는데 나의 요구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썼다. 자신을 컷오프한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최고위에 요청했지만 외면당한 것이다. 운동권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임 전 실장의 마음이 탈당으로 기운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3일 설훈·홍영표 의원과 전화 통화를 하며 향후 거취를 논의했다. 5선 설 의원은 현역 의원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에 자신이 포함된 데 반발하며 최근 민주당을 탈당했다. 설 의원은 4일 경기 부천시청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
문재인 정부 때 원내대표를 지낸 홍 의원은 이날 “마침내 일어설 시간이 다가온다”며 탈당을 재차 시사했다. 이들은 이른바 ‘민주연합’을 만들어 이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 의원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미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이미 공천받은 비명계 인사 중 일부도 탈당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천이 확정된 한 비명계 의원은 “현재로서는 탈당 가능성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민주당 탈당파가 민주연합을 구성해 새로운미래와 선거 연대를 한다면 대표직은 물론 당명까지 양보할 수 있다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조기숙 새로운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은 임 전 실장을 향해 “새로운미래로 나와서 호남에 출마하기를 권한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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